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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그 겨울에 실제로 벌어진 일

2020년 4월, 게임스탑 주가는 2.57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미국 전역의 쇼핑몰에 매장을 둔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였지만, 게임을 디스크로 사는 사람이 빠르게 줄고 있었습니다. 다운로드로 사고 구독으로 빌리는 시대에 중고 게임 디스크를 진열한 가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업이었습니다. 그해 연말 주가는 17달러 안팎을 오갔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쯤 뒤인 2021년 1월 28일, 이 주식은 장중 483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사흘 동안 530퍼센트 넘게 오른 뒤였습니다. 같은 날 이 주식은 44퍼센트 넘게 떨어진 193.6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하루 안에 두 가지 일이 모두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개미가 월가를 이긴 이야기로 널리 기억됩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그해 10월 내놓은 보고서는 그 통설과 꽤 다른 결론을 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실제로 있었고 무엇이 나중에 덧붙은 이야기인지, 날짜와 숫자를 따라가며 정리해 보겠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번 다뤄진 사건이지만, 기록으로 남은 부분만 떼어 놓고 보면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유통 주식보다 많았던 공매도

이야기의 출발점은 공매도입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값이 떨어지면 싸게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입니다. 값이 내려가면 차액이 이익이 되고, 값이 올라가면 더 비싸게 되사야 하니 손실이 됩니다. 주식을 사는 쪽은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부를 잃지만, 공매도를 한 쪽은 값이 오르는 데 한계가 없으므로 손실에도 상한이 없습니다.

2021년 1월 22일 기준으로 게임스탑에 쌓인 공매도 물량은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주식 수의 약 14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100퍼센트를 넘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빌린 주식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다시 빌려줄 수 있기 때문에 계산상 가능한 일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공매도 물량이 유통 주식 수를 넘는 경우가 앞선 10년 동안 열다섯 번밖에 없었다고 짚었습니다. 그만큼 드문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쌓인 물량은 그 자체로 불씨가 됩니다. 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공매도를 한 쪽은 손실을 끊기 위해 주식을 되사야 하고, 그 매수가 값을 또 올리고, 올라간 값이 다른 공매도 투자자를 다시 밀어냅니다. 이렇게 되사기가 꼬리를 물며 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숏스퀴즈라고 부릅니다. 좁은 문으로 많은 사람이 동시에 빠져나가려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월가의 여러 운용사가 게임스탑을 이런 식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2014년에 설립된 멜빈 캐피털이었습니다. 이 회사를 이끈 게이브 플로킨은 유명 헤지펀드에서 소비재 주식을 담당하다 독립한 인물이었고, 게임스탑을 사실상 끝난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판단 자체는 당시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판단에 걸어 둔 금액의 크기와, 같은 방향에 서 있던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분석과 한 사람의 지분

2019년 6월 무렵, 미국 매사추세츠에 살던 서른 몇 살의 금융 자격증 소지자 키스 길은 게임스탑에 약 5만 3,000달러를 넣었습니다. 그는 2020년 7월부터 유튜브에서 로어링 키티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하고,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 자기 계좌 화면을 그대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손실이 커질 때도 숨기지 않고 올렸습니다. 빨간 숫자가 가득한 계좌 화면을 그대로 공개하는 방식은 그 게시판에서 일종의 신뢰 장치처럼 작동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감이 아니라 숫자였습니다. 회사가 현금과 자산을 생각보다 들고 있다는 점, 새 게임기 세대가 나오면 매출이 한 번 더 올라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쌓인 공매도 물량 자체가 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처음에는 조롱하는 댓글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게시판에서 그를 따라 분석을 검증해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회사를 창업해 크게 키운 라이언 코언이 자신의 투자회사를 통해 게임스탑 지분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2020년 8월에 9퍼센트 가까운 지분이 공개됐고, 11월에는 10퍼센트를 넘겼습니다.

결정적인 날짜는 2021년 1월 11일입니다. 게임스탑은 코언과 그의 동료 두 명을 이사회에 합류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온라인 유통을 아는 사람들이 경영에 들어온다는 신호였고, 주가는 이때부터 눈에 띄게 움직였습니다. 1월 13일에는 장중 38.6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게시판의 분석과 실제 회사의 변화가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 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주식 이야기였습니다. 저평가라고 본 사람들이 모여 사고, 회사에 변화의 신호가 생기고, 값이 오르는 익숙한 순서였습니다.

1월 마지막 주, 날짜별로

1월 22일 금요일, 게임스탑은 65.01달러로 마감했습니다. 한 주 전과 비교해도 이미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주말 동안 게시판의 글은 분석에서 구호로 바뀌어 갔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이기자는 쪽에 가까운 분위기였습니다. 이때부터 이 종목을 사는 행위는 투자 판단이면서 동시에 어떤 편에 서는 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1월 25일 월요일, 종가는 76.79달러였습니다. 같은 날 시장에 중요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멜빈 캐피털이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모두 27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받기로 했다는 발표였습니다. 손실이 그만큼 깊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어서, 게시판은 오히려 더 달아올랐습니다.

1월 26일 화요일, 주가는 92.7퍼센트 올라 147.9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톤크라는 한 단어와 함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 링크를 올렸고,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더 뛰었습니다. 멜빈 캐피털은 이튿날 공매도 포지션 대부분을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1월 27일 수요일, 종가는 347.51달러였습니다. 이 사태 전체에서 가장 높은 종가였습니다. 그리고 1월 28일 목요일 장이 열리기 전, 주가는 한때 500달러를 넘겼고 장중 고점은 483달러였습니다. 1월 25일부터 사흘 동안의 상승률은 53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1월 28일의 종가는 193.60달러였습니다. 전날보다 44.3퍼센트 떨어진 값입니다. 그날 아침 고점에 산 사람은 장이 닫힐 때 이미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2월 2일 종가는 90달러선이었습니다. 고점에서 80퍼센트 이상 빠진 값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엿새였습니다.

로빈후드가 매수 버튼을 닫은 날

1월 28일 오전 5시 11분, 미국 증권 결제를 담당하는 기관은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에 약 30억 달러의 담보가 부족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주식을 사고팔면 돈과 주식이 실제로 주인을 바꾸는 데 며칠이 걸리고, 그사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증권사는 담보를 맡겨 둬야 합니다.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 요구 담보도 함께 뛰어오릅니다.

그날 로빈후드는 게임스탑과 AMC, 블랙베리, 노키아 등 몇몇 종목의 매수 주문을 막았습니다. 팔 수는 있지만 살 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담보를 댈 수 없어 불가피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결제 시스템이 요구한 담보 총액은 260억 달러에서 335억 달러로 뛰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들인 메시지는 전혀 달랐습니다. 값이 오를 때 개미는 사지 못하게 막고 기관에게는 길을 열어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로빈후드는 1월 29일 10억 달러를 급히 조달했고, 1월 31일부터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었습니다. 2월 2일까지 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집단소송은 서른네 건에 달했습니다.

2021년 2월 18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게임 스톱드라는 제목의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키스 길, 로빈후드의 블라드 테네브, 멜빈 캐피털의 게이브 플로킨, 시타델의 켄 그리핀, 레딧의 스티브 허프먼이 함께 증언했습니다. 개인의 유튜브 방송과 거대 운용사의 대표가 같은 자리에 불려 나온 장면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은 키스 길의 첫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고양이가 아니고, 기관투자자도 헤지펀드도 아닙니다. 게임스탑에 투자한 것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것은 제 스스로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로빈후드를 상대로 한 소송들은 이후 상당 부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1월에는 과실과 신의성실 의무 위반을 다툰 청구가 기각됐고, 시타델과 담합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숏스퀴즈였을까

2021년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실무진은 이 사태를 정밀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결론은 널리 퍼진 이야기와 결이 달랐습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되사기가 가격 상승에 기여한 구간은 있었지만, 전체 매수 물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작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몇 주에 걸친 상승을 지탱한 것은 되사기가 아니라 긍정적 심리였다고 적었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짓누르려는 의도였는지 회사의 미래를 믿었는지와 무관하게, 결국 그냥 사려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는 뜻입니다. 또 당시 많이 언급됐던 옵션 관련 연쇄 매수, 이른바 감마 스퀴즈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1월 말 급증한 옵션 거래가 상승에 거는 쪽보다 하락에 거는 쪽에 쏠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의 거래 제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결제기관의 담보 요구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헤지펀드와 짜고 막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결론이 당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제도가 설계대로 작동했다는 말과, 그 제도가 공정하게 느껴졌는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실제로 이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주식 결제에 걸리는 기간을 줄이는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고, 그 결과 결제 주기가 실제로 단축됐습니다.

공매도 쪽의 피해는 분명했습니다. 멜빈 캐피털은 1월 한 달 동안 운용 자산의 53퍼센트를 잃었고, 2021년 한 해 전체로도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5월 18일 플로킨은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정리하고 남은 자금을 돌려주겠다고 알렸습니다. 게시판에 모인 개인들이 대형 헤지펀드 하나를 문 닫게 만든 셈이지만, 그 과정에서 돈을 잃은 개인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남는 것

이 사태에서 가장 확실하게 이득을 본 쪽은 게임스탑이라는 회사 자체였습니다. 회사는 높아진 주가를 활용해 새로 주식을 발행하며 자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빚을 정리했습니다. 2024년 5월 키스 길이 다시 글을 올려 주가가 하루 만에 74퍼센트 오르자, 회사는 그 기회에도 다시 주식을 팔아 현금을 쌓았습니다. 열광이 회사의 금고로 흘러 들어간 구조였습니다. 빚이 없는 회사가 되자 망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던 공매도 논리도 함께 약해졌습니다.

반면 가장 비싼 값을 치른 쪽은 가장 늦게 들어온 개인이었습니다. 1월 28일 아침 483달러 근처에서 산 사람은 그날 장이 닫힐 때 193달러를 보고 있었습니다. 같은 사건의 참가자라도 들어온 시점이 며칠, 때로는 몇 시간만 달라도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기고 지는 편이 개미와 월가로 나뉜 것이 아니라, 먼저와 나중으로 나뉘었습니다. 커뮤니티가 함께 싸웠다는 서사와, 개별 계좌에 찍힌 손익은 전혀 다른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또 하나 남는 것은 구호와 구조의 차이입니다. 공매도 물량이 유통 주식의 140퍼센트라는 숫자는 확인 가능한 사실이었고, 키스 길이 올린 재무 분석도 검증 가능한 자료였습니다. 그러나 1월 마지막 주의 게시판을 움직인 것은 그 숫자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숫자에서 출발한 판단이 어느 지점에서 구호로 바뀌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분석을 믿어서 들어온 것인지, 분위기를 믿어서 들어온 것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통념이 사후에 어떻게 굳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숏스퀴즈와 감마 스퀴즈라는 설명은 규제기관의 분석에서 상당 부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설명이 더 많이 회자되는 이유는 이해하기 쉽고 통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장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장 정확한 이야기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다음번 비슷한 장면 앞에서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