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주식을 쪼개지 않은 회사의 계산법
2026-09-08 · 6분 읽기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 주의 가격이 가장 비싼 종목은 오랫동안 같은 회사였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 A 주식입니다. 2026년 들어 이 주식은 한 주에 74만 달러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한 주를 사려면 어지간한 사람의 평생 저축이 필요한 가격입니다. 워런 버핏이 1962년 이 회사 주식을 처음 살 때 지불한 값은 한 주에 7.50달러였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주가가 비싸지면 회사들은 보통 주식을 쪼갭니다. 애플, 테슬라,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까지 이름을 아는 거의 모든 대형 기업이 한두 번씩은 해온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가 2018년에 주식을 50분의 1로 쪼갰습니다. 그런데 버크셔는 1965년 워런 버핏이 경영권을 잡은 뒤 60년이 넘도록 클래스 A 주식을 단 한 번도 쪼개지 않았습니다.
게으름이나 실수가 아닙니다. 이것은 명시적으로 밝혀진 경영 판단이었고, 버핏은 그 이유를 1983년 주주 서한에 적어 공개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논리가 주가를 올리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주주를 모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액면분할이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액면분할은 주당 100만 원짜리 주식 한 주를 10만 원짜리 열 주로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의 전체 가치는 1원도 변하지 않습니다. 피자를 여덟 조각으로 자르느냐 열여섯 조각으로 자르느냐의 차이와 같습니다. 가진 사람의 몫도, 피자의 크기도 그대로입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돈이 적은 투자자도 살 수 있고, 거래가 늘어나 유동성이 좋아집니다. 유동성은 쉽게 말해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사고팔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유동성이 좋아지면 주가가 기업 가치를 더 잘 반영하고, 스톡옵션 같은 임직원 보상 설계도 수월해집니다. 회사 입장에서 공짜로 얻는 효과처럼 보입니다.
버핏은 이 지점을 다르게 봤습니다. 거래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주가 자주 바뀐다는 뜻입니다. 주주가 자주 바뀌면 그때마다 증권사 수수료와 호가 차이 같은 비용이 발생하고, 그 돈은 결국 주주 집단 전체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갑니다. 버핏은 1983년 서한에서 지나치게 활발한 주식시장을 기업의 소매치기라고 표현했습니다. 거래 자체가 가치를 만들지는 않으면서 비용만 발생시킨다는 의미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비용 계산입니다. 그런데 서한의 핵심은 그 다음 문장이었습니다. 버핏은 주식을 쪼개거나 사업 가치가 아니라 주가에 초점을 맞춘 조치를 취한다면, 새로 들어오는 매수자 집단이 떠나는 매도자 집단보다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썼습니다. 회사가 어떤 신호를 보내느냐에 따라 모여드는 투자자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주장입니다.
주주를 고르겠다는 발상
상장기업이 주주를 고른다는 말은 모순처럼 들립니다. 주식시장은 돈을 가진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회사는 자기 주식을 누가 사는지 막을 수 없습니다. 버핏도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는 직접 고를 수는 없어도 어떤 사람이 모이도록 환경을 설계할 수는 있다고 봤습니다. 식당이 메뉴와 가격과 음악으로 손님의 성격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버크셔가 선택한 설계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주당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 주에 수만 달러, 나중에는 수십만 달러를 치러야 하는 주식은 가벼운 마음으로 사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사기 전에 회사의 사업을 들여다보게 되고, 한번 사면 쉽게 팔지 않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정보 제공 방식이었습니다. 버핏은 분기마다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애널리스트와 따로 만나 귀띔하는 관행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해마다 한 번 긴 주주 서한을 써서 사업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같은 비중으로 설명했습니다. 분기 실적에 반응해 매매하는 사람에게는 별 소용이 없고, 10년 단위로 사업을 보는 사람에게는 가치가 큰 방식입니다. 1983년 서한에서 그가 자랑한 숫자도 그해 주가가 아니라 19년에 걸친 주당 순자산의 연 22.6퍼센트 복리 증가율이었습니다.
이 설계의 목표는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가의 변동성을 줄이고, 회사가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자본을 배분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보험료로 들어온 돈을 수십 년에 걸쳐 투자하는 버크셔의 사업 구조에서는, 주주들이 조급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경영 자원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은 물러섰다
원칙은 1990년대 중반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1996년 클래스 A 주식은 한 주에 3만 6천 달러 수준까지 올라 있었고,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 틈을 노려 금융회사들이 버크셔 주식을 사서 작은 단위로 쪼개 파는 신탁 상품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소액 버크셔였지만, 실제로는 판매 수수료와 운용 보수가 붙은 상품이었습니다.
버핏이 문제로 본 것은 수수료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품은 버크셔의 이름을 간판처럼 쓰면서도 버크셔가 책임질 수 없는 성과를 약속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는 1996년 아예 직접 클래스 B 주식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쪽을 택했습니다. 경제적 권리는 클래스 A의 30분의 1, 의결권은 200분의 1로 설계한 새 주식이었습니다. 소액 투자자에게 길을 열어주되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는 흔들리지 않게 묶어둔 셈입니다.
이 발행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은 투자설명서에 실린 경고문입니다. 버핏과 찰리 멍거는 자신들이라면 이 가격에 버크셔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며 가족이나 친구에게 권하지도 않겠다는 문장을 대문자로 넣었습니다. 과거의 성장률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주식을 팔면서 사지 말라고 적어 넣은 사례는 미국 증권 역사에서도 흔치 않았습니다.
결과는 역설적이었습니다. 최소 1억 달러를 목표로 했던 발행은 51만 7,500주가 팔려 5억 6,500만 달러를 모으며 끝났습니다. 다만 버핏의 기준에서 이 조치는 액면분할이 아니었습니다. 클래스 A의 가격표는 그대로 둔 채, 접근성이 필요한 투자자를 위한 별도의 창구를 하나 더 낸 것이었습니다.
2010년, 결국 쪼갠 쪽은 클래스 B였다
두 번째 타협은 2010년에 왔습니다. 버크셔가 미국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를 26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대금의 일부를 현금이 아니라 주식으로 지급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벌링턴의 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몇십 주, 몇백 주를 가진 개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한 주에 3,400달러가 넘던 클래스 B로는 소액 주주에게 지분을 맞춰 나눠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크셔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클래스 B 주식을 50분의 1로 쪼갰습니다. 한 주가 7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개인 주주도 주식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버핏은 주식을 발행해 회사를 사는 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고 농담 삼아 말하면서도, 이런 거래를 위해서는 더 일찍 쪼갰어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분할에는 부수 효과가 따라왔습니다. 거래량이 늘어난 클래스 B가 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에 편입된 것입니다. 지수를 따라 사는 펀드들이 자동으로 버크셔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역설적으로 버핏이 경계했던 성격의 주주가 대량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클래스 A의 가격표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두 차례의 타협은 모두 뚜렷한 실무적 이유가 있을 때, 클래스 B라는 별도의 통로에서만 이루어졌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방식으로서는 꽤 실용적인 설계였습니다. 명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 둔 셈입니다.
가격표가 비싼 데 따르는 비용
이 결정을 미담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쪼개지 않은 선택에는 실제로 대가가 있었습니다. 한 주가 수십만 달러인 주식은 거래가 드물어 하루에 몇백 주만 손이 바뀌기도 합니다. 뭉칫돈을 한 번에 사거나 팔아야 하는 기관에게는 불편한 조건이고, 사겠다는 값과 팔겠다는 값의 차이도 벌어집니다. 한 주 단위가 커서 원하는 금액에 딱 맞춰 사기도 어렵습니다.
지수 편입이 늦어진 것도 비용이었습니다. 버크셔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 가운데 하나였지만, 클래스 B가 쪼개져 거래가 활발해진 2010년에야 대표 지수에 들어갔습니다. 그 전까지 수많은 연금과 인덱스 펀드는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했습니다.
상속과 기부 과정도 복잡해졌습니다. 한 주의 단위가 너무 커서 지분을 조금씩 나누기 어려웠고, 그래서 버크셔는 클래스 A를 클래스 B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2010년 분할 이후 클래스 A 한 주는 클래스 B 1,500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버핏 자신이 수십 년에 걸쳐 재단에 주식을 기부할 때 쓴 방법도 이 전환이었습니다. 쪼개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분을 잘게 나눠야 할 일이 생기면, 결국 클래스 B라는 우회로를 쓴 것입니다.
즉 쪼개지 않는 선택은 편리함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르고 특정한 종류의 안정성을 산 거래였습니다. 모든 회사에 맞는 답이 아닙니다. 주식으로 임직원에게 보상하거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소액 주주의 참여가 중요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같은 선택이 손해가 됩니다.
원칙을 만든 사람이 떠난 뒤
2026년 들어 버크셔의 지휘봉은 바뀌었습니다. 그레그 에이블이 1월에 최고경영자 자리를 이어받았고, 버핏은 9월에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남았습니다. 새 의장은 그의 아들 하워드 버핏입니다. 60년에 걸친 한 시대가 공식적으로 마감된 것입니다.
이 교체는 액면분할 문제를 다시 질문으로 만들었습니다. 쪼개지 않는다는 원칙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서한에 적어둔 판단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 원칙은 조직의 문화로 남거나, 조용히 바뀌거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버핏이 이 상황을 미리 설계해 두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신의 지분을 2034년까지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고, 아들을 의장 자리에 앉혀 문화의 수호자 역할을 맡겼습니다. 경영 판단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의 성격을 지키는 일은 따로 분리한 구조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남는 것
버크셔의 이야기에서 가져갈 것은 비싼 주식이 좋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주당 가격은 기업의 가치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10만 원짜리 주식 열 주와 100만 원짜리 주식 한 주는 완전히 같은 것이고, 쪼갠다고 회사가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남는 것은 질문 하나입니다. 어떤 회사가 주주에게 보내는 신호를 보면, 그 회사가 어떤 주주와 함께 가고 싶어 하는지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분기마다 전망치를 올리고 내리며 주가를 관리하는 회사와, 해마다 사업의 실패까지 길게 설명하는 회사는 서로 다른 사람을 부릅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 신호를 읽어두는 일은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1983년의 그 서한에서 버핏이 걱정한 대상은 주가가 아니라 거래의 비용이었습니다. 자주 사고파는 동안 수수료와 세금과 호가 차이로 빠져나가는 돈은 영수증에 또박또박 찍히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40년이 지나 거래 수수료가 거의 0에 가까워진 지금도, 자주 움직이는 쪽이 조금씩 가난해지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격표 하나로 그 문제를 막아보려 한 회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